정부가 21일에 '6·2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런저런 부동산 관련 정책을 예고하기는 했었습니다. 이번에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 관심이 집중습니다. 어떤 대책들이 있고 어떤 정책적 의미가 있는지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대책에는 꽤 많은 정책 수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은 내용이 '분양가 상한제 개편'과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입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일정 지역에서 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정부가 정하는 기준 이하의 가격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로또 청약' 같은 용어가 바로 이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임대차 시장'이란 전세나 월세로 집을 빌리고 빌려주는 시장인데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청약을 통해 새집을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규제라면 임대차 시장 관련 규제는 아직 집을 살 생각이 없거나 자금이 모자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즉, 새 정부는 모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을 받은 새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고 전월세 주택 공급도 늘리는 걸 목표로 삼은 겁니다.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 누구일까요? 빈 땅이나 오래된 건축물이 있는 땅을 사들여서 아파트를 건축해 분양하는 사람들이겠죠? 그리고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더 높게 지은 후에 늘어난 세대수만큼 분양하는 재건축 아파프 주민들도 포함될 겁니다. 그런데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반갑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파트를 짓는 데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는데 가격 상한제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하니까요. 재건축 조합이 더 높은 분양가를 받기 위해 계속 아파트 분양을 미루다가 건설사와 큰 갈등을 빗고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건축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새 아파트 공급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은 묶여 있는데 건축비만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분양가를 기존보다 조금 더 높게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바꾸었어요. 건축 자재비가 급등할 경우 분양가 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정을 손보고 분양가에 반영할 수 었던 각종 금융비용과 보상비 등을 일부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오래된 건물들과 땅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사들여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다 보면 이런저런 돈이 들게 마련이거든요. 오래된 건물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집을 비울 수 있도록 이사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고 일종의 보상을 해줘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적정 분양가를 정할 때 참고하는 인근 지역 아파트 시세의 기준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지은 지 20년 이내인 주변 아파트 단지들의 시세를 참고했는데 앞으로는 10년 이내의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게 됩니다. 새 아파트를 짓는데 20년 된 아파트와 시세를 비교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을 적용했을 때 재건축 ·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가 약 1.5~4% 비싸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분양가가 5억원이라면 750~ 2000만 원 정도, 10억 원이라면 1500~ 4000만 원 정도 오를 수 있다는 거죠. 이런 결과는 아직까지는 추정치일 뿐 실제도 분양가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하도록 규제하기 때문에 집이 필요한 무주택자와 서민층에게 새 아파트를 저렴하게 분양받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게 바로 현 정부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가격을 규제하다 보면 새 아파트 공급 자체를 저해할 수 있다는 단점도 분명합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개편은 공급자들의 새 아파트 분양을 촉진하는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새 아파트 분양을 노리는 예비 청약자들은 더 높은 분양가를 감당해야 하겠죠.
정부가 전월세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 중에선 '임대차 3번 보완'과 '전월세 금지법 완화', '임대인 인센티브 강화'등이 핵심입니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만든 임대차 3법을 일단 폐지하지 않고 당장 전월세 주택 매물을 늘릴 수 있는 보완 방안을 내놨습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세입자에게 2년 계약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을 할 수 있도록 '계약 갱신 청구권'을 보장한 제도입니다. 집주인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세입자의 계약 연장 요청을 거절할 수 없고 임대료도 5% 넘게 올릴 수 없도록 했습니다.
계약 갱신 청구권은 1회에 한해 주어지고 올해 8월이면 제도를 시행한 지 2년이 지나다보니 곧 '전월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특히 저렴한 아파트 전세 매물이 부족한 '전세 대란'걱정이 많았죠. 2년 전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대료를 5% 이하로 올렸던 집주인들이 이번에는 전세 보증금을 한꺼번에 많이 올릴 수 있으니까요.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서 전세 시세도 비싸진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는 임대인을 '상생 임대인'으로 보고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사서 실제로 거주한 기간이 길수록 나중에 집을 팔 때 집값 상승으로 얻은 시세 차익에 대해 세금을 적게 물리는 혜택을 줍니다. 특히 2년 이상 직접 거주했을 땐 주택 가격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세금을 아예 면제해주기도 합니다.
'전월세금지법' 완화
전월세 매물을 늘리기 위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부과되던 거주 의미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집이 지어진 다음 무조건 처음부터 입주해야 해서 '전월세 금지법'이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이 조항을 없앴습니다. 그래서 새집을 분양받았어도 바로 들어가서 살지 않고 일단 전세를 줄 수 있게 된 셈이에요. 다만 최대 5년간 실거주하는 의무는 남겨두고 나중에 집을 팔거나 양도하기 전에만 기간을 채우면 되도록 했습니다.
버팀목 전체 전세 대출 한도 확대
수도권 기준으로 보증금 3억 원 이하 전셋집을 대상으로 하던 버팀목 전세 대출은 보증금 4억 5천만 원 주택까지 대상을 넓히고 대출 한도는 1억 2천만 원에서 1억 8천만 원으로 높였습니다. 이는 앞으로 1년간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8월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월셋집에 사는 사람에게 연말 정산 때 제공하는 세액 공제는 소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연 소득 7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는 기존 10%에서 12%로 , 연 소득 55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는 기존 12%에서 15%로 세액 공제율을 높여줍니다. 1년 동안 내는 월세의 2~3% 정도를 세금 환금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세입자들에게 제공되는 이런 식의 소소한 몇몇 혜택들이 바로 6·21 대책에 포함됐습니다.
6·21 부동산 대책에는 이런 정책들 외에도 상속받은 주택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에겐 취득세를 200만 원까지 깎아주는 등의 다양한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6·21 부동산 대책을 두고 '급격한 변화'는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최근 금리 인상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이번 정책이 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금리가 급등해 집을 사기 위한 대출이 부담스러워지면 전월세로 몰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텐데 이 정도 정책으로는 대비가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과연 이번에 목표했던 정책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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