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대표적인 비트코인이 어제 기준으로 약 2만 1000달러(약 2716만 원)에 거래됐대요. 아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지난해 11월 가격이 약 6만 90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던 것이 거의 70% 가까이 하락하면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뭐 워낙 암호화폐가 오르락내리락 잘하니까 그렇다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달 하락률만 따져도 거의 30% 이상이어서 급락세는 점점 더 강해지는 모양인 것 같아요. 게다가 암호화폐 2 대장이라고 꼽히는 이더리움의 하락 폭은 더 컸어요.
1. 이번 위기는 어떤 점이 다른 거야?
이번에는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이라는 변수가 암호화폐 가격 폭락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디파이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일종의 금융 서비스인데 은행이나 금융회사처럼 대출이나 예금 같은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해요. 은행은 아니지만 은행처럼 대출도 해주고 예금 이자도 줘요. 그런데 은행과 다른 점은 당연 예금을 받을 때나 대출을 해줄 때는 달러나 원화가 아니라 암호화폐를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이 시스템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많은 자금이 디파이에 몰려 있대요.
2. 디파이(DeFi)가 왜 문제라는 거야?
디파이는 은행에 예금을 하듯이 암호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맡기고 코인 이자를 받거나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면서 또 다른 암호화폐를 빌리는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 상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코인 가격 상승을 예상했기 때문이에요. 암호화폐의 가격은 어차피 앞으로 오를 거니까 팔 이유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암호화폐 예치를 하고 이자를 받거나 암호화폐로 또 다른 암호화폐를 빌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는 거죠.
3. 암호화폐로 암호화폐를 빌려서 투자한다고?
이건 사실 현금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암호화폐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인데요.
투자자들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디파이 서비스들을 요리조리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았어요. 암호화폐 중 디파이에 가장 많이 사용된 건 바로 '이더리움(ETH)'이에요.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을 '리도파이낸스'에 예금처럼 맡겼어요. 연 4% 이자를 받기 위해서였죠. 리도파이낸스는 이더리움을 맡긴 사람에게 '이더리움(ETH)을 우리에게 맡겼다'는 증표로 'stETH(st이더리움)'라는 또 다른 코인을 줬어요. stETH는 나중에 맡겨뒀던 이더리움과 1대 1로 바꿀 수 있으니까 사실상 이더리움과 가치가 같다고 볼 수 있죠.
이더리움을 맡기고 받은 stETH를 담보로 제공하면 디파이 플랫폼인 '셀시우스네트워크'에서 약 70% 가치의 이더리움을 대출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대출한 이더리움을 다시 리도파이낸스에 예치하면 또 stETH와 이자를 받게 돼요. 이런 방식을 반복하면 투자자가 원래 보유하고 있던 이더리움 가치보다 훨씬 큰 금액을 예치할 수 있게 되는 거죠.
100이더리움 예치(연 4% 이자) ▶ 100 stETH 획득 ▶ 100 stETH 담보로 70 이더리움 대출 ▶ 70이더리움 예치 (연 4% 이자) ▶ 70 stETH 획득 ▶ 70 stETH 담보로 49 이더리움 대출 ▶ 49이더리움 예치 (연 4% 이자) ▶ 49 stETH 획득 ▶ 49 stETH 담보로 34 이더리움 대출.........
100이디러움으로 위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면 약 300 이더리움을 맡겨야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얻을 수 있어요.
4. 뭔가 이상한데?
당연 괜찮을 수 없겠죠? 이런 식의 극단적인 투자가 인기를 끌다 보니 결국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투자자들은 '어? stETH를 담보로 이더리움을 너무 많이 빌려주는데? 내가 셀시우스에 맡긴 이더리움을 되찾을 수 없으면 어떡하지? 셀시우스는 '이더리움'을 담보로 다른 코인들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기 때문이에요. 이더리움을 맡겨둔 투자자 입장에선 너무 많은 이더리움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게 불안했던 거예요.
그래서 셀시우스에 맡겼던 이더리움을 인출하려는 투자자가 늘었고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이더리움 대규모 인출 사태가 일어났죠. stETH를 맡기는 사람에게 이더리움을 많이 빌려줬는데 갑자기 이더리움을 마구 찾아가니까 셀시우스는 버티지 못했어요. 결국 인출 중단까지 선언했어요.
5. 그럼 그 업체 하나만 망하는 거 아니야?
문제는 이런 형태로 담보 대출을 해주는 디파이 플랫폼이 꽤 있다는 점이에요.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시간문제라는 거죠. 그리고 이번에 인출 중단을 선언하며 위기를 맞은 셀시우스가 여러 디파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서 연쇄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셀시우스는 그동안 암호화폐를 맡기면 연 18%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17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 모았고 보유한 자산은 한화 약 31조 원에 달한다고 해요. 이 정도 규모의 플랫폼이 망하면 셀시우스가 보유한 이더리움과 stETH가 한 번에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돼요. 그럼 당연히 이더리움 가격도 더 하락할 수밖에 없겠죠.
5. 이더리움이 싸져도 망한 건 아니잖아?
이더리움 가격이 너무 많이 내려가게 되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든 '파생상품'이 연쇄적으로 청산당할 수 있어요. 청산당한다는 건 나에게 대출해준 플랫폼이 내가 담보로 맡겼던 코인을 강제로 팔아 빼앗아 간다는 의미예요. 디파이에서는 비슷한 대출이 정말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더리움을 담보로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할 자금을 빌릴 수 있죠. 실제 보유한 암호화폐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하기 너무 쉬운 거예요.
만약 100만 원어치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60만 원 어치 코인을 빌렸는데 맡겼던 코인 가격이 60만원 아래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대출을 해줬던 플랫폼은 맡아뒀던 코인을 팔아서 그 돈을 가져가 버리죠. 그게 바로 청산인 거예요. 청산을 당하기 싫다면 대출했던 코인을 일부라도 얼른 갚아서 대출한 금액 대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담보의 가치를 유지해야 해요. 그런데 담보로 가장 많이 맡기는 코인이 바로 이더리움인 거죠.
6.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요?
실제로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청산 위기에 처한 코인 투자업체들의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어요. 이더리움 청산으로 가격이 폭락하면 더 많은 이더리움의 청산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가상 자산 시장의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해요.
향후 이번 위기가 어떤 형태로 본격화할지는 아직 아무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건 위기가 다가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기를 뜻하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 암호화폐의 겨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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