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뉴스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는 물가 상승률 때문에 바로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높은 물가 상승률을 완화하려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통화정책을 펴서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줄여야 하는데 이런 선택이 경기 침체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시중의 이자율이 높아져 대출이나 투자, 소비는 줄고 예금이 늘어나니 소비나 투자가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물가는 하락하거나 안정화를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대신 경제는 활기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근 몇 달간 여러 국가들은 높은 물가 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렸습니다. 그 중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올해 초 0.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3월부터 약 4개월 만에 2.5%까지 인상했습니다.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인상)이라는 용어를 아마 뉴스에서 지겹게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다 보니 "곧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지난 1~2개월간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 침체를 피하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전체가 경제 불황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직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 195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빠른 일자리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며 자평했습니다. 바이든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 실업률 통계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농업 제외)가 52만 8000개로 집계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2020년 4월과 비교하면 총 220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서 펜더믹으로 사라진 일자리 대부분이 회복된 수치라고 합니다. 또한 실업률도 지난 6월보다 더 낮아져 3.5%를 기록했다는데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2월과 같은 수치였다고 합니다. 고용 관련 통계만 보면 코로나 19 유행 전으로 경제가 회복됐다는 뜻입니다.
사실 다른 경제 지표를 보면 좋지 않은 측면도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수치면 '경기 침체'국면으로 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논쟁이 뜨거운데요. 고용, 소비, 물가, 경제 성장률 등 경기 상황을 분석할 때 중요하게 살펴보는 지표들이 있는데 이 지표들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통계들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게 보통인데요. 경제 상황이 좋으면 고용과 소비가 늘어나고, 물가와 경제 성장률도 높아지죠. 그런데 지금은 경제 성장률도 마이너스인데 고용은 늘어나고 있고 소비 지출도 늘고 있으니 확실히 경기 침체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치라는 겁니다.
연준이 최근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탓에 전문가들은 다음 달 (9월)에는 빅 스텝(0.5% 포인트 인상)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상하는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페드 워치'에서는 이달 1일까지 빅 스텝을 예상하는 참가자가 71%에 달했지만, 고용 지표가 발표된 직후엔 자이언트 스텝 전망 비율이 치솟았습니다.
경기 침체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고용 통계를 두고 '뒤떨어진 지표'라는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들도 있어서 향후 몇 달간 공개될 지표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대규모 해고를 결정하는 미국 대기업들의 발표가 전해지고 있는데 7월 통계에는 이런 해고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기업은 이제 막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시작했으니 고용 상황이 좋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거죠. 공식 기관의 답을 들으려면 몇 달 혹은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공식적인 경기 침체 여부를 정하는 건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속 경제학자 8명으로 구성된 '경기순환 결정위원회'인데 이 우원회의 발표가 빠르게 나오질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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